이번 주에 개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일본 영화 ‘괴물 2023’을 봤습니다.
*이 작품은 최대한 스포일러 없이 보는 것이 최고의 관람법이라고 생각하므로, 이 아래 문장부터는 내용 및 결말, 해석, 칸스포 등이 포함되어 있으니 꼭 영화를 보신 분들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영화 <괴물>은 하나의 사건에 대해 세 사람의 입장을 하나씩 제시하고 각기 다르게(혹은 일부분만 보고) 하나의 사건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진실로 다가가는 그런 영화입니다.
미혼모 ‘사오리’의 아들 ‘미나토’에게서 어느 날 이상한 기운을 느껴 학교에 가는데 선생님들의 분위기가 이상한 것 같아요.그러면서 미나토의 친구 ‘요리’를 통해 자신이 아는 아들과 다른 사람이 아는 아들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영화를 보면서 놀랐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최근작 중 가장 베스트라고 생각한 작품이었습니다.
(영화 어느 가족 이후의 작품으로서는)
<괴물>이 놀라고 나중으로 갈수록 작품적인 흡인력이 대단했던 것은 싱글맘 사오리/선생님 호리/아들 미나토와 친구들의 요리 시선, 총 3장으로 나뉘어져 있는 영화 구성을 통해 영화의 처음 본 소감과 받아들인 느낌이…영화의 마지막에는 전혀 다른 사건처럼 받아들이고 또 다른 느낌으로 느끼고 있다는 점.이 놀라움이었기 때문입니다.
미혼모 입장에서만 봤을 때는 아들 미나토의 행동이 이상할 뿐 괴롭힘이나 학교폭력, 선생님 등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2장에 해당하는 ‘보리 선생님’의 이야기에서는 또 다른 감상이 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1장에서는 변태 선생님이라고 불리며 사과도 이상하게 만드는 선생님처럼 그려져 있는데, 2장에서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누구보다 학교 일에 열심인 신임 선생님이었습니다.
세 장의 미나토와 요리 친구 이상의 우정 같은 이야기에서는 눈물이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이상한 관계라고 생각했던 1, 2장에서의 그들이 아니라 3장에서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서로를 의지하는 존재로 받아들였으니까요.어떻게 이러한 사건에 대해 미혼모 사오리/호리 선생/미나토와 요리’의 입장에서 각각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그려질 수 있었을까?라는 연출과 각본에 마음속으로 박수를 치게 되었고, 영화 ‘괴물’이 올해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것에 납득했습니다.
잠깐 영화 ‘라쇼몬’처럼 각기 다르게 사건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소감도 들었습니다만, 영화 ‘괴물’은 어쩌면 그보다 진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정도가 (=사건이 보고 싶은 부분만/일부만 보고/아는 정도가-바라보는 정도가) 싱글맘/선생님보리/교장과 미나토, 요리에 이르러 각각 달랐다는 점이 포인트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이했던 것은 1부 격인 미혼모 사오리의 입장 이야기에서는 교장 선생님과 호리 선생님 등이 모두 감정이 없어 보이는 사람처럼 기묘하게 그려져 있는데, 2부 호리 선생님의 이야기나 3부에서는 교장 선생님조차도 -1부 때 전혀 다르게 인간적으로 살고 있는 것처럼 그려져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어쩌면 미혼모 ‘사오리’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지만 그게 100% 진실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점,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같은 입장과 상황을 그렇게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영화 괴물은 나중에 갈수록 흥미로워졌어요.
아들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미혼모 ‘사오리’ 입장에서는 진실을 거의 몰랐던 것이고, ‘호리’ 선생님 입장에서도 이 학교 사태가 억울하기 짝이 없어 보였을 것입니다.
용기 없는 아들 미나토의 거짓말과 나오지 못한 행동은 오해와 비극을 불렀고, (매즈 미켈슨의 더 헌트도 잠깐 떠올라) 순수하게 모든 것을 웃고 받아들이는 요리라는 아이의 모습도 우습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이야기>에 이르러서는 어차피 세상에서 거부당하거나 소외되는 상태인 그들의 아픔을 공유하는 친구 이상의 그 감정처럼 전해져 어딘지 모를 뭉클함과 슬픔, 가슴 아픈 감정이 모두 전해졌습니다.
어쩌면 친구 이상의 감정을 어른 입장에서는 단순하게 정의하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정체성도 확립되지 않은 시기이고 그들도 이런 감정이 무서웠을 수도 있고 미나토는 아버지가 없고 요리는 어머니가 없는 것 같아 부재한 상황도 느껴집니다.
그러던 중 의지할 곳이 없었던 그들에게 서로는 서로 친구 이상으로 의지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요리’는 아버지로부터 돼지의 뇌라고 조롱받을 정도로 그 감정에 대해 스스로도 받아들였지만 신기하게 밝았고 용기가 없던 소년 ‘미나토’는 그런 감정과 요리와 학교에서 친해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사건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한 <괴물>은 누구일까? 많은 생각을 했어요.괴물은 누구일까요?”라는 아이들의 노래 같은 울림이 어딘가 슬프게 느껴지는 후반부였죠.미혼모 사오리도 호리 선생님도 미나토와 믿음직 모두 어딘가 불쌍하게 느껴졌지만 어른이 되지 않은 아이들의 입장을 돌이켜 보면 역시 엔딩이나 결말을 떠올리면 소년 ‘미나토와 요리’가 가장 안타깝게 느껴지네요.학교폭력과 자신들을 돌봐주지 못한 어른들의 상황 속에서 어떻게 괴물이 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마음속으로 수많은 답을 찾고 생각했을까.* 여러 가지 해석을 할 수 있지만 개인적인 해석을 덧붙여서 영화의 결말을 정리해 보면 작가와 감독의 이야기도 듣고 또 열린 결말처럼 그린 것 같은데 영화가 던진 흔적과 감상으로 볼 때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은 기차 안에서 죽었다고 생각됩니다.
비오는 날 산사태가 일어나 아이들은 보시다시피 함께 열차 안에 있었는데, 2부 격인 중간 파트에서 <싱글맘과 호리 선생님이 열차 창문을 놀라며 열었을 때> 장면이 넘어가는데, 그 장면에서 아마 아이들이 죽은 것을 발견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3부에서 그 장면이 더 확장되어 나오는데, 마지막 장면에서는 아이들이 열차가 뒤집힌 후 하수구 구멍을 빠져나오는데, 그 이후로 나온 유난히 희고 밝은 햇살과 흙탕물을 헤치고 나오면서 아이들이 너무나 순수한 표정과 말투로 ‘우리는 다시 태어났나?’ 이런 류의 대사를 한 것에서 사후세계를 연상케 하고 느낌에서 아이들은 함께 그 열차 안에서 죽음을 맞이했다고 생각됩니다.
어른들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자신들의 감정과 상황을 거부당한 채 살아가는 현재에서 유일하게 믿고 의지했던 ‘미나토와 요리’ 서로가 함께 결말을 맞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영화 엔딩 장면 그대로 보면 화려하게 웃으며 아이들이 그 진흙을 빠져나간 채 전철 선로를 걸어버릴 것 같은 해피엔딩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오히려 너무 화려하게 담긴 그 엔딩이 반대로 이루지 못한 슬픈 엔딩이라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흐르는 故 사카모토 류이치의 OST 음악이 감정과 어우러져… 점점 더 슬픈 감정을 낳았습니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은 사람의 감정을 뒤흔드는 힘이 있습니다.
.) 각본은 <세계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의 <사카모토 유지>가 썼고, 연출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아무도 모른다>의 코레에다 히로카즈가 맡았습니다.
고레에다의 작품으로는 최근 한국 배우들과 함께 했던 <브로커>보다 훨씬 낫고, 역시 일본 작품에서 그만의 섬세한 연출 감성이 더 돋보인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안도 사쿠라, 에이타 등 성인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오디션에서 주연으로 발탁된 미나토와 요리역 구로카와 소야. 두 소년배우의 감정선도 대단했습니다.
보면서 몇 가지 감정을 울컥하게 만드는 장면이 있었는데 대부분 미나토랑 요리, 이 아이들의 관계와 상황,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장면에서 어른 입장에서 너무 미안하고 불쌍해서요.그랬던 것 같네요.진짜 괴물은 누굴까요?어른들은 이 아이들을 괴물이라고 부르고 싶어하겠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이 세상과 자신들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어른들의 상황을 거부할 힘조차 없었기에 그 끝까지 눈물이 날 정도로 슬프게 전해진 영화 <괴물>이었습니다.
사카모토 유지의 각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섬세한 연출, 고 사카모토 류이치의 감성적인 음악, 그리고 아이들의 순수한 연기가 더욱 빛나게 느껴진 작품이었습니다.
(-111/3698번째 리뷰)괴물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안도 사쿠라, 나가야마 에이타, 쿠로카와 소야, 히라키 히나타, 타카하타 미츠키, 츠노다 아키히로, 나카무라 쇼도, 다나카 유코 공개 2023.11.29.No languages de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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